면역이란 한자로, '면(免)'이라는 말은 '면제'된다는 뜻입니다. 한편 '역(疫)'이란 말은 질병이라는 뜻이지만 면역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사용될 당시에는 주로 전염병을 의미했습니다. 즉, 면역이라 함은 '전염병을 면제 받는다'는 의미로 시작되었습니다. 기실 면역학의 학문적 시작은 전염병이 커다란 사회문제의 하나로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곤 한 중세부터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실제 1796년 영국의 미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제너가 처음으로 우두에 걸린 소의 혈청을 사람에게 주사하여 천연두에 걸리지 않게 됨으로 예방주사의 학문적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약 200년의 세월이 흐른 지난 1876년 전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천연두 환자가 세계보건기구에 보고되지 않게 되었고 그와 같은 현상이 3년간 지속된 1979년에는 세계보건기구에 의해 역사적으로 천연두라는 질환이 지구상으로부터 사라졌음을 선포하게 되는 놀라운 일이 있었습니다. 실로 면역학이라는 학문이 거둔 역사적 쾌거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면역학이라는 학문은 처음에는 당시 커다란 사회 문제였던 전염병과 관련되어 좁은 의미로 해석되었지만 엄청나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21세기에는 우리 몸의 방어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포함하게 되었습니다. 전염병 면역학, 종양 면역학, 이식 면역학, 알레르기 면역학, 자가면역질환 면역학 등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질환, 혹은 현상에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방어 기능의 전문성에 따라 넓은 의미의 면역체계와 좁은 의미의 면역 체계로 나누는데 넓은 의미의 면역 체계는 대개 비특이적인 타고난 방어 체계(innate immunity)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피부를 예로 들어 보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발달되어 있는 촘촘한 피부조직 그 자체가 병원균과 같은 외부 침입자를 막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음이 좋은 예가 됩니다. 피부를 통한 내부 통로의 하나인 땀샘 구멍이 자칫하면 병원균이 들어갈 수 있는 통로로 생각되기 쉬우나 땀은 그 산도가 낮아서 병원균이 거의 살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합니다.

그밖에도 우리에게 소중한 체온도 우리에게는 살아 있는 증거가 되지만 미생물들은 그 체온으로 인해 증식이 억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기 혹은 감염시에 나타나는 고열 현상은 사실은 의학적으로 우리 몸의 방어기전 중의 하나입니다. 즉, 침입한 미생물이 더 이상 증식하지 못할 조건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눈물이나 타액에는 분해 효소가 존재하여 역시 미생물의 침입을 막을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습니다.

이상의 예들이 지극히 비특이적인 방어기구라고 한다면 조금 덜 비특이적인 방어 기구로 혈구세포들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큰 포식세포와 백혈구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이들은 세균이 우리 몸에 침범했을 때에 비특이적으로 가장 먼저 해결사로 나섭니다. 피부에 작은 상처가 났을 때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입니다. 정상적인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개 작게 고름이 생기고 쉽사리 아물고마는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즉, 큰 포식세포와 백혈구가 그 균들이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하고 좁은 곳으로 몰아 놓고 전쟁을 벌여 그들을 죽이고 자기들도 장렬하게 전사함으로 문제를 더 이상 확산시키지 않습니다. 이 경우 사태가 해결되는 데 보통 48시간을 초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삶 중에서 불행히 그렇게 끝나지 않고 좀 심하게 다쳐서 여러 날을 고생하게 하는 경우가 있었음을 아울러 기억합니다. 즉, 뻘겋게 부어오를 뿐만 아니라 여러 날 동안 쉽게 낫지 않고 더 나아가서는 온 몸에서 열이 나는 지경까지 이르고 상처 주위의 림프절까지 퉁퉁 부어오르는 경우를 당한 경우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때에는 우리 몸의 방어체계의 마지막 보루인 림프구가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선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감염의 경우 거의 대부분 앞에서 설명한 큰 포식세포와 백혈구가 해결하는 선에서 끝나지만 간혹 마지막 보루인 림프구까지 동원되는 경우도 있음을 보게 됩니다.

이때까지 설명된 면역 기능을 선천성면역기능이라고 한다면 림프구에 의해 이루어지는 면역 반응을 흔히 후천성면역기능이라고 합니다. 독자들이 많이 들어서 알고 있는 AIDS가 바로 지금 언급된 후천성면역기능이 결핍되어 있는 경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즉, 림프구의 면역 기능이 상실되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후천성면역반응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특이성입니다. 특이성이라는 것은 우리 몸에 침입한 균을 비롯한 외부 물질(이를 총칭하여 항원이라 함)에 대해 반응하는 림프구가 정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큰 포식세포나 백혈구는 항원이 들어오면 근처에 있는 어느 세포(큰 포식세포 혹은 백혈구)나 침입해 들어 온 항원에 반응하는데 반해 림프구는 들어 온 항원과 특이적으로 반응하기로 되어 있는 림프구만이 그 항원에 반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원과 그에 맞는 림프구가 만나는 데도 시간이 걸리게 마련입니다. 실제 후천성면역반응은 항원이 체내로 들어 온 후 96시간(4일)이 지나야 비로소 작동됩니다.

후천성면역반응의 다른 특징은 기억 현상입니다. 즉, 한 번 체내로 들어 온 항원에 대해서는 담당 림프구가 기억을 하고 있다가 그 항원이 다시 체내로 들어오면 첫 번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그리고 훨씬 강한 정도의 면역 반응을 나타냅니다. 그 결과 항원을 몸으로부터 제거하는 시간이 훨씬 빨라지게 됩니다. 후천성면역반응의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 바로 예방주사의 원리입니다.

예를 들어 1786년 제너가 처음으로 실시한 우두주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천연두에 걸린 소의 혈청을 뽑아 열로 약화시킴으로 그 속에 있는 바이러스의 감염성을 없앤 후 사람에게 주사해 줍니다. 이렇게 함으로 혈청 속에 약화되어 있는 바이러스라는 항원에 대한 기억을 림프구에게 심어주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우두 예방주사를 맞은 사람은 진짜 천연두 바이러스가 감염에 의해 침입해 들어왔을 때 후천성면역반응의 기억 현상에 의해 매우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침입해 들어 온 그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게 됩니다. 간염 예방주사, BCG 주사(결핵 예방주사) 등 수없이 많은 예방주사의 원리는 곧 이 후천성면역반응의 기억 현상을 이용한 것입니다. 이 기억력은 침입해 들어 온 항원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개 평생 동안 유지됩니다. 즉, 몇 십 년 이상 유지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후천성면역반응의 또 다른 특징은 자기(自己)와 비자기(非自己)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의 몸 속에는 수없이 많은 항원성을 갖는 단백물질들이 존재하지만 이 자가항원(自家抗原)에 대해 면역 반응을 나타낼 수 있는 림프구는 림프구가 발달되는 동안에 모두 제거됩니다. 따라서 어떤 림프구도 자기 몸 속에 존재하는 각종의 물질에 대해서 면역 반응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특수한 병적 상태에 빠지게 되면 림프구들이 자가항원에 대해 면역반응을 나타내게 됩니다. 이러한 병적 상황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하며 대표적인 것이 류머티스성 관절염, 류머티스열, 루푸스 등뿐만 아니라 다발성 경화증 같은 치명적 질환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갖는 후천성면역기능은 면역 반응을 주도하는 세포의 종류에 따라 두 종류의 림프구로 나뉩니다. 항체를 분비하여 그 항체로 하여금 침입해 들어 온 항원을 제거하는 B림프구가 있는가 하면, 림프구 스스로가 나서서 항원을 제거하는 T림프구가 있습니다. 항체는 혈액을 타고 온 몸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결국 혈액이 닿을 수 있는 곳에 항원이 존재할 경우 B림프구가 주도하는 면역 반응이 방어 기능을 나타내게 되고 혈액이 닿을 수 없는 곳에 항원이 존재할 경우, 예컨대 결핵균의 경우 감염이 되면 균이 즉시 세포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항체가 그 균을 무력화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그 균이 감염된 세포 - 비록 자기세포라고 할지라도-를 죽이는 길만이 그 속의 균을 죽일 수 있는 길이 됩니다. 따라서 T림프구가 나서서 결핵균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의 삶 속에서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미생물들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언제든지 우리 몸으로 침입해 들어올 수 있습니다. 실제 우리는 균의 침입을 많이 받고 있지만 그때마다 감염병에 걸려 고생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정상적인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궁극적으로 우리를 보호하고 있는 이러한 후천성면역체계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몸 속에서는 하루에 백만 개 이상의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가 되지 않는 것은 바로 후천성면역체계가 생기는 암세포를 즉시 살해함으로 암세포들을 제거해 주고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다소 이해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복잡다단한 면역 체계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우리를 지으신 하나님의 놀라운 질서에 감탄하며 아울러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감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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