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바이러스를 전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지면을 통해 바이러스의 치료와 예방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한다. 전문가들에게 최신지견을 제공하기 위해 전문적 학술지에 게재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전문가들이 쉽사리 이해하도록 쓰려고 하기 때문에 글의 깊이보다는 폭 넓은 이해에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 사실 바이러스에 대해 학문적으로 깊이 있는 설명을 하고자 하면 독자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대단히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바이러스는 생물일까, 무생물일까? 정의상 생물은 스스로 복제할 수 있고 스스로 생명을 유지해 갈 수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는 이러한 정의로 볼 때 무생물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바이러스 저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의 살아 있는 세포 속으로 침입해 들어가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바이러스에 대한 개념을 정리해 보면 바이러스의 핵심 구성 성분은 핵산(DNA 혹은 RNA)이다. 흔히 생명체의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인 세포를 보자. 세포는 우선 세포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핵과 그 핵을 둘러싸고 있는 세포질로 구성되어 있어서 핵 속의 유전물질인 핵산의 정보가 세포질로 전달되어 중요한 단백질이 합성되는 등 각종 생명 현상과 관련된 과정들이 진행된다.

그런데 바이러스의 경우는 세포로 비유할 때 핵 속에 들어 있는 핵산이 유일한 구성성분이고 조금 더 있다고 해 보아야 그 핵산의 구조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막구조의 단백질(capsid)이 전부이다. 물론 껍질(envelope)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바이러스의 핵심 구성성분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바이러스가 갖는 유전물질인 핵산(DNA 혹은 RNA)은 바이러스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구조적 특성을 갖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체에 침입했을 때 질병을 유발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알아야 예방 및 치료에 대한 이야기가 가능해질 것이다. 바이러스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되었다면 바이러스 자체는 사람에게 해를 주기 어려운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바이러스는 자기 스스로는 생명체로서의 기능을 나타낼 수 없기 때문에 부득불 숙주세포를 이용해야 한다. 따라서 자기의 생존을 위해서 이용하고자 하는 숙주세포에 위해(危害)를 가한다면 스스로를 죽음으로 모는 일이기 때문에 원론적으로는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다시 처음으로 이야기를 돌려서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침입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잘 고안된 과정을 거쳐서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의 세포질을 통과하여 핵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핵 속에 존재하는 숙주세포의 핵산(DNA 혹은 RNA)으로 자기의 구조를 밀어 넣는다. 그 후 숙주세포가 갖는 핵산의 복제장치를 이용해서 자기를 수없이 많이 복제하게 된다. 물론 이 과정 중에 밀고 들어 간 바이러스의 핵산에 의해서 계획된(encoding) 바이러스 단백질이 만들어져 숙주세포의 표면에 발현된다.

자기의 존재를 복제하는 데 성공한 바이러스는 엄청나게 증가된 상태로 세포를 빠져 나오게 되는데 이 때 바이러스의 증식을 결정적으로 도왔던 숙주세포는 죽음을 맞게 된다. 생명체에서 보여지는 생존을 위한 대단한 배은망덕의 한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바이러스와 숙주와의 관계를 생각할 때 서로에게 해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실제로는 숙주세포에게 여러 종류의 불이익이 초래된다.
우선 숙주세포의 핵산으로 바이러스 핵산이 밀고 들어가는 순간 숙주세포가 갖는 많은 기능이 불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숙주세포의 고유기능이 억제된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복제가 끝나면 죽음에 이른다고 앞에서 설명한 바 있다. 그 과정 중에 새롭게 숙주세포 표면에 발현되는 바이러스 단백질 때문에 우리 몸의 면역계에서는 원래 자기세포인 숙주세포를 침입자(즉 낯선 세포)로 간주하게 되어 죽이게 된다. 이 과정이 우림 몸에서 정상적으로 일어나는 바이러스 침입에 대한 방어 기능이라 할 수 있다.

흔히 면역세포 중 림프구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세포독성 T림프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숙주세포를 살해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편견을 제하고 엄밀하게 바이러스의 생활사를 보면 바이러스는 숙주세포를 이용해 자기를 복제하고자 하는 것이지 결코 숙주세포를 죽이고자 함이 아님에도 감염된 숙주세포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학문적으로 볼 때 바이러스가 이러한 복제주기를 마치는 데 약 1 주일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바이러스 질환을 자기 제한적(self-limiting)이라고 하는데 이는 바로 이와 같은 현상에서 기인한 것이다. 감기를 예로 들어 볼 때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 그 자체는 일주일을 넘기는 예가 거의 없다. 대개 그 과정 중에 박테리아에 의한 이차 감염으로 감기가 길어지는 것이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바이러스 감염 시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방어기능은 고작 세포독성 T림프구가 나타나 감염된 숙주세포를 스스로 죽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세포가 작동을 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4-5일이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다만 일주일 그 이상으로 복제기간이 길어지는 경우에만 중요한 기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의 바이러스에 대한 사전지식을 갖고 우리는 바이러스 질환을 어떻게 예방 및 치료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바이러스 질환의 예방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결국은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지나치게 접촉하는 일을 차단하는 일이라 생각되니 그것은 결국 청결한 삶의 유지라 해야 할 것이다. 바깥출입 후에는 항상 손을 씻는다든지 바이러스 감염자와 접촉을 피하는 등 일상적인 청결한 위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할 수밖에 없다. 감기의 예를 들 때 몸을 늘 따뜻하게 함으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한 예방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러스 질환의 치료에 대해서는 발달된 현대의학도 아직까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바이러스 자체가 생명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죽이는 일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박테리아(세균)의 경우 좋은 항생제들이 많이 개발되어 세균감염으로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했지만 바이러스성 질환의 경우 좋은 항바이러스 제재가 개발되어 있지 못하다. 바이러스 감염의 원리상 핵산을 직접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고 결국 숙주세포에 감염되었을 때 그 세포 내의 핵산이 복제되는 것을 막는 것이 최선의 치료책으로 생각된다.

최근 필자 등의 연구팀은 기존에 비타민C가 바이러스 질환의 치료에 이제껏 알려진 어떤 제재보다도 우수한 이유를 일부 밝힌 바 있다. 우리가 흔히 감기에 걸렸을 때 비타민C를 복용하면 빨리 낫는데 실험을 통해서 그 이유를 밝혔다. 그것은 숙주 내에 변형된 유전자(핵산)를 가지고 있는 세포(종양세포, 바이러스에 감염된 숙주세포 등)에게 비타민C를 가하면 세포분열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즉, 복제가 억제된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비타민C의 지속적 복용은 세포독성 T림프구의 기능을 항진시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신속히 제거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결국 일부의 개발된 항바이러스 제재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바이러스 질환의 치료에 비타민C의 지속적 복용만큼 효과가 있는 대책은 없는 셈이라 하겠다.

◎ 2005. 01.11/ 이왕재(서울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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