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역경의 열매(11)
 
 

 

현재 지구상의 인구는 60억명쯤 된다. 그런데 이 사람들 가운데 나와 똑같은 사람은 없다. 한 사람도 없고 쌍둥이들조차 서로 다르다.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지음 받고 나서 지금까지 이 세상에 몇 명이나 왔다가 갔을까 생각하면 100억명이 넘을 것이다.

하나 둘 셋 넷으로 시작하면 평생을 세어도 10억을 못 센다고 하니 100억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아담과 하와에게 허락하신 단지 23쌍의 유전자 2조(組)를 통해 이렇게 많은 생명을 각기 다르게 만들 수 있음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정녕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하나님은 우리에게 생명을 허락하셨을 뿐 아니라 그 생명 하나하나가 귀중하도록 다르게 만드신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가 과연 그 생명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를 깨닫게 하는 중요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부검을 앞둔 여인을 통해 생명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신앙이 한 단계 발전했다면 1996년 12월21일에 일어난 사건은 내 신앙의 관점을 새롭게 바꾸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날은 내가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날이다.

이날 지방에서 친구들과 토요일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하나밖에 없는 6세 딸아이 ‘하나’가 교통사고로 다쳤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랴부랴 상경하여 딸이 입원한 건국대 부속병원인 민중병원에 도착했다. 상황을 알아보니 죽지 않았고 의식도 있다는 것이었다.

하나는 내가 도착하였을 즈음 컴퓨터 단층촬영을 위해 카트에 실려 옮겨지고 있던 때인데 나는 이성을 잃고 있었다. 좀더 침착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울부짖으며 카트를 따라가면서 딸아이를 오히려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의료진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딸아이의 상태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사고 경위는 딸이 주차된 차 앞에서 운동화를 고쳐 신으려고 허리를 굽힌 순간 우회전하던 차가 미처 딸아이를 보지 못하고 그냥 치어버린 것이었다.

아내는 차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에서 딸아이를 꺼낸 뒤 병원 응급실로 급하게 데려갔는데 아이가 의식이 있고 큰 외상이 보이지 않아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았노라고 말했다.

임상의사는 아니지만 한때 임상을 하려고 인턴까지 마친 내 생각으로는 그런 상황이라면 우선 딸아이의 간이 무사할 리 만무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폐와 심장까지도 큰 손상을 당했을 것으로 짐작됐다. 그런데 혈압만 약간 떨어져 있을 뿐 심각한 장애가 관찰되지 않아 매우 의아스러웠다.

첫날 딸아이를 민중병원 중환자실에 놔둔 채 집으로 돌아와 밤새워 눈물로 기도 드리며 가슴 아파했다. 왜 하나님이 이런 어려움을 주시는 것일까?

딸아이는 사실 결혼 후 9년 동안의 불임기간을 거쳐 어렵게 시험관 수정을 통해서 얻은 아이였다. 그 아이를 얻을 때 주위에서 얼마나 많은 형제자매가 기도를 해주었던가? 그 아이를 얻은 것은 우리 가족은 물론 많은 분들의 기도의 결과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이 사고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리=국민일보 김무정 기자 moo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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