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역경의 열매(11)
 
 

 

딸이 사고를 당한지 10여일 후 1996년이 끝나고 새해가 밝았다. 대학 신년하례회가 1월2일 교수회의실에서 열렸다.

순서대로 서서 뒤에 오는 사람과 신년인사를 하고 덕담을 나누는 방식의 하례식이었다. 그날 100명이 넘는 선배,동료,후배 교수들에게 내가 받은 덕담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다.

“이 선생,열심히 기독학생들을 지도하며 기도하더니 하나님이 당신 딸을 살려주신 모양이야!”

사실 나는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전도를 거의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럴 만한 지혜도 용기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어리석음을 하나님은 아시고 이런 방식으로라도 간접적인 전도를 하게 하시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독교인이 아닌 교수들조차도 하나님을 이야기하면서 내게 덕담을 하니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1월4일 딸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한지 꼭 2주일이 되는 날 주치의인 소아외과 박귀원 교수님이 “이 선생,오늘 퇴원해도 좋을 것 같아”라고 해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딸이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지경에 있었던 것이 며칠 전인데 벌써 퇴원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의구심을 가졌지만 박 교수님은 이미 심장 간장 폐 등의 상태 등을 모두 점검했는데 큰 문제가 없으니 퇴원하라는 말씀을 남기고 병실을 떠나셨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간장의 발생을 강의하는 해부학 교수다. 2주전에 자동차 앞바퀴에 짓이겨진 간장이 2주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재생되는 모습을 내게 생생하게 보여주신 하나님의 뜻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생명창조의 과정을 어리석은 자에게 재연해주신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길게 설명했지만 한 마디로 4년6개월 된 어린 아이의 몸 한가운데로 중형 승용차가 지나갔는데도 살아있다는 것을 그 누가 쉽게 믿으려 하겠는가?

그 사실만으로도 기적이라고 하기에 충분한데 짓이겨진 간장을 2주만에 다시 만드신 것은 학문을 업으로 하는 필자에게 생생한 깨달음을 줘 자칫 기적이 주는 비논리성 혹은 비합리성의 시비를 일거에 제거하도록 하신 것이 아닐까? 더구나 교만하기 쉬운 지식집단인 서울대 의대 교수들에게까지 하나님 살아계심을 증거한 사건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사고를 통해서 부족하기 짝이 없는 필자는 살아계신 하나님은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분명하고 확실하게 우리의 삶을 지키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여호와께서 너로 실족치 않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자가 졸지 아니하시리로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자는 졸지도 아니하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 여호와는 너를 지키시는 자라 여호와께서 네 우편에서 네 그늘이 되시나니 낮의 해가 너를 상치 아니하며 밤의 달도 너를 해치 아니하리로다 여호와께서 너를 지켜 모든 환난을 면케 하시며 또 네 영혼을 지키시리로다 여호와께서 너의 출입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키시리로다”(시 121편)

정리=국민일보 김무정 기자 moo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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