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역경의 열매(11)
 
 

 

1989년,내 인생에서 문서선교를 위한 매우 중요한 만남이 이뤄졌다. 그것은 아끼는 후배 차한(현 가천의대 길병원 소아과 과장) 박사와의 만남이었다. 그는 고교 1년 후배지만 의과대학을 같이 졸업한 동급생이었다.

나는 차 박사로부터 뜻밖에 ‘건강과 생명'이라는 선교잡지에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차 박사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는데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차 박사는 신앙의 깊이나 신실함에 있어 내 선배임을 알게 되었다.

당시 나는 비타민 C에 관한 글을 몇 개월에 걸쳐 연재하면서 이 잡지의 편집위원이 되었다. 자연히 차 박사와는 인간적 신앙적으로 가까워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 잡지는 내가 미국 시카고에서 2년 동안 연수하고 돌아온 1996년 재정난으로 폐간키로 결정됐다. 당시 잡지 제작을 위해 재정 후원을 도맡다시피 하셨던 예장통합 여전도회 황화자(소천) 총무께서 폐간 결정 이야기를 들으시고 펄펄 뛰시던 기억이 새롭다. 건강을 매개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도하는,매우 중요한 문서선교 매체를 그렇게 쉽사리 폐간할 수는 없다는 말씀이셨다.

나와 차 박사는 황화자 총무를 찾아뵙고 잡지의 앞날을 위해서 뜨겁게 기도하는 시간을 갖고 어떻게든 다시 살려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1996년초 ‘건강과 생명'은 발행인은 나,편집인은 차 박사 체제로 재출범했다. 우리는 호기롭게 다시 시작을 선언하였지만 재정상황이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당장 변제를 요구하는 채무자로부터 심한 협박(?)을 당해야 했다. 3000여만원을 빌려준 채권자를 간신히 설득해 2년 동안 분할 상환하기로 하고 차 박사와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잡지를 발행해나갔다.

그런 과정에 정말 많은 분이 도와주셨다. 어떤 때는 당장 500만원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되는 급박한 상황이었는데 잘 알지만 평소 필자에게 전화 한통도 하시지 않던 한 장로님이 500백만원을 헌금으로 보내주셨다. 돌이켜보면 책상머리에 앉아서 불안한 마음으로 걱정만 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

1996년 이후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재정문제 때문에 겪은 고통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재정문제로 마음고생을 많이 하였지만 놀랍게도 직원들의 봉급을 체불한 적은 없다. 어렵다던 외환위기 때도 우리 잡지는 질적?양적 성장을 했으니 이 잡지를 통한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을 엿볼 수 있다.

사람은 병에 걸리면 심적으로도 나약해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나약해진 물고기를 낚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스스로 그물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뜻하신 바 있으셔서 서울대병원 안에 교회를 세우게 하시고 그 병원 한쪽에 문서선교 잡지인 ‘건강과 생명'이 제작되는 장소를 허락하시어 병든 자를 낚는 귀한 일을 감당하게 하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잡지는 원고료가 없다. 필자가 모두 신앙이 돈독한 기독인들이기 때문에 헌신하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글을 쓴다. 또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 잡지를 직접 제작하는 직원들이다. 참으로 신실하고 아름다운 형제자매들이 척박하고 어려운 환경 에서 기도하며 잡지 제작을 통해 하나님께 헌신해왔다. 그들에게 하나님의 넘치는 복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정리=국민일보 김무정 기자 moo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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